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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미국 전문가들이 본 탄핵정국

사회부 기자 탄핵정국이 이제 종착역을 눈 앞에 두고 있다. 14일 전후로 선고 일정을 잡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 상황이다. 다만 7일 법원의 윤석열 대통령 구속 취소 결정에 따라 평의가 길어져 다소 지연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탄핵 정국과 관련, 2월 말부터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 10여 명을 인터뷰해 이들의 분석을 들어봤다. 전문가들은 탄핵 정국에 우려를 표하면서도 오히려 한국인보다 한국에 더 깊은 애정을 보이기도 했다.   먼저 이들의 상당수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 이후 세계 정세가 빠르게 변화하는 가운데 한국의 대통령 공석으로 정상 간의 소통이 이뤄지지 않는 점을 가장 크게 우려했다.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는 “제대로 된 정권이 없는 한국은 시속 100km로 달리는 도널드 트럼프에 속도를 맞추려는 다른 모든 나라들보다 뒤처지고 있다”며 “현재 한국은 기어를 중립에 놓고 있는 상황”이라고 비유했다.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는 우크라이나 사태 종결 압박,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한 관세 조정, 유럽 동맹국에 대한 방위비 분담 문제 등을 빠르게 추진하고 있으며, 한국은 이러한 흐름에 뒤처지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미국은 한국의 대통령이 앞으로 누가 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누구와 대화를 해야 하는지 모른다”며 “정치적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고 설명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군대를 동원하게 되는 계엄령 선포 전에 미국에 이를 사전 통보하지 않아 한미동맹이 악화하고 양국 간 신뢰가 훼손됐다는 분석도 나왔다. 앤드류 여 브루킹스 연구소 한국 석좌는 “만약 계엄령 선포가 우발적인 것이 아니라 민주당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사전에 오랫동안 계획됐던 것이라면 신뢰 측면에서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취재 과정에서 발견한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고위직 관리, 특히 외교 문제를 담당했던 사람들은 한국의 탄핵 문제와 관련해 답변을 꺼렸다는 것이었다. 한 백악관 전직 고위 관리는 “한국의 정치와 계엄이 양국 관계에 끼친 영향에 대해 말하는 것이 불편하다”며 “(외국인인) 내가 그들의 민주주의 절차가 어떻게 돼야 하는지에 대해 언급하는 것에 한국인들이 기분이 나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전직 고위 관리는 탄핵 정국이 영향을 끼칠지를 묻는 질문에 대답하기 싫다는 듯 “뭐 영향이야 있겠지만, 더 할 말이 없다. 미안하다”고 하며 전화를 끊었다. 30명 이상에게 연락했지만 실제 인터뷰에 응한 전문가는 10명 남짓이었다. 이는 현재 미국 내 한반도 전문가들의 신중한 태도를 반영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반면 한국을 진심으로 걱정하는 전문가들도 많았다. 국방정보국(DIA) 분석관을 지낸 브루스 벡톨 앤젤로주립대 교수는 탄핵이 한미 관계에 어떤 영향도 끼치지 않으며 양국은 강한 유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과 미국은 한국이 민주주의 국가가 아니었을 때도 강한 유대감을 갖지 않았었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상원외교위원회에서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정책 국장을 지낸 프랭크 자누지 맨스필드재단 대표는 한국 민주주의 복원력에 감동했다고 했다. 그는 “혼란스러운 탄핵 정국에도 시민들의 자유가 보장되고 국회와 법원, 그리고 군대가 헌법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는 점은 인상적”이라고 평가했다. 대다수 전문가들이 반복적으로 강조한 것은 한국의 대통령 공백 상태가 빨리 해결돼야 한다는 것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첫 임기 때처럼 북한과 직접 협상에 나설 가능성이 있는데 한국이 지도자 없이 대응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우려였다.   탄핵 심판은 이르면 이번 주, 늦으면 이달 말쯤 결론이 날 전망이다. 계엄은 이미 선포됐고 시계는 빠르게 돌아 윤 대통령은 탄핵 심판에 부쳐졌으며, 현재 탄핵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중립 기어’ 상태에서 벗어나 하루빨리 대통령직에 앉을 사람을 결정하고 ‘드라이브 기어’로 전환해, 트럼프가 달리는 고속도로에서 같은 속도로 함께 달리길 바란다. 김영남 / 사회부 기자기자의 눈 미국 탄핵정국 한반도 전문가 한국 석좌 탄핵 문제

2025-03-09

"미국의 우크라 포기가 한국 상황 될 수도"

빅터 차(사진)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는 “한국의 대통령 부재는 큰 위험 요소”라고 우려했다.   탄핵 정국과 맞물려 한국의 국제 관계가 위기에 처해 있다는 의미다.   차 석좌는 “(탄핵과 관련해) 헌법재판소든 무엇이든 최대한 빨리 결과를 도출해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제대로 된 정권이 없는 상태의 한국은 시속 100km로 달리는 도널드 트럼프에 속도를 맞추려는 다른 모든 나라들에 뒤처지고 있는 중”이라며 “한국은 기어를 중립에 놓고 있는 상황”이라고 비유했다.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 이후 한국을 배제한 채 협상이 진행될 수 있는 소위 ‘디커플링(decoupling)’의 우려에 대해 차 석좌는 “미국이 한국과 거리를 두겠다는 어떤 신호도 아직은 보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대신 차 석좌는 지난달 28일 트럼프 대통령이 젤렌스키 대통령과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진행했지만, 공개 충돌 끝에 결국 ‘노딜’ 파국으로 끝난 사례를 언급했다.   그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트럼프 행정부가 러시아 푸틴 정권에 유리한 협상안을 강요하려고 시도하는 것에 대해 한국은 경각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며 “한국은 우크라이나와 비슷한 상황에 놓이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급기야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일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원조를 전면 중지할 것이라고 했다.   차 석좌는 한국도 이런 상황에 놓이지 않으려면 “트럼프를 빨리 만나 긴밀한 협력 관계를 구축할 수 있는 지도자가 용산 대통령실에 있어야 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문제를 정리한 후 북한과의 협상에 나설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이런 문제를 빨리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북한 역시 트럼프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문제를 어떻게 다루는지 면밀히 주시하고 있을 것”이라며 “북한이 이 과정에서 긍정적인 신호를 감지한다면 트럼프와의 협상을 강력하게 추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차 석좌는 “북한은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포기하는 것을 보면서 이를 자신들의 문제에 적용할 수 있도록 유도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즉, 북한은 한국에 대한 미국의 방위 공약을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협상을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 빅터 차 석좌는   1995년부터 조지타운대 정치외교학 교수로 활동해왔다. 조지 W. 부시 행정부 때는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아시아 담당 국장(2004~2006)을 지냈다. 이 기간 6자 회담 차석대표 등 여러 임무를 수행했다. 학자이면서도 현실 정치에 몸담아 한반도 실무를 직접 담당해 본 몇 안 되는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김영남 기자IS 미국 우크라이나 대통령 우크라이나 문제 한국 석좌

2025-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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